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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주보 목회단상

  • hansewan
  • 조회 : 650
  • 2020.04.25 오후 06:10

목회단상

                       아무도 펴보지 않은 책

35년 전에 출판된 신학 서적을 펴서 설교 준비를 하던 중 누렇게 변한 옛날 활자본의 책을 잠시 이리 저리 만져보았다. 이 책이 처음 주인을 떠나서 내게 온 것도 거의 20년이 넘었으니 나와 더 오래 지낸 셈이다. 그런데도 그 책을 오늘 처음 펴서 보았다. 손 때 묻은 자국이 전혀 없고 펴본 흔적도 없다. 책에 달린 기다란 직물 책갈피도 처음 사용한 모습이다. 하드 케이스 양장본을 감싸고 있던 쭈굴쭈굴해진 오래된 보호용 비닐 커버는 오늘 드디어 벗겨서 버렸다. 그동안 한 번도 빛을 보여주지 않았던 책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진다. 35년간을 누군가 펴서 봐주길 바라며 책장 한 구석에 조용히 있었을 책. 그러고 보면 그런 책들이 적지 않다. 그런 책들을 골라서 일일이 읽는 것만으로도 흥밋거리가 될 듯 싶다.

누구에게나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단지 책(Book)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헤아려보지 못한 것들’,‘상상도 못해본 것들그런 류의 것들 말이다. 인생은 짧고 지식은 무궁하고 삶의 차원도 다양한데 우리는 그저 한 곳만 바라보고 생각하며 굳어버린 습관의 종이 되어 끝내 그런 종류의 을 펴보지 못하곤 한다.

사도 바울은 회심(回心)을 통해서 자기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하던 세상으로 들어가서 다른 스토리를 썼다. 기독교 역사를 통틀어 바울처럼 핍박자에서 전도자로 바뀐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주께서 바울을 불러 주지 않으셨다면, 바울은 영원히 자기의 철학과 믿음 속에 박재되어 자기가 옳다 신봉하던 것을 위해 살다 죽었을 것이다. 우리 밖에서 우리에게 들어온 한 생명,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 생명의 주께서 오늘 우리 인생의 책갈피를 열어 판에 박힌 이야기에다 새 생명의 이야기를 담게 하고 싶어하실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 눈을 열어 봉인된 책들을 들추어 열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또 다른 것들과 대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뒤숭숭하고 답답한 지금,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책의 장()을 펴서 읽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감각하게 살았던 과거를 뉘우치며 찬찬히 이 장()들을 읽어보자. 분명 좋은 깨우침들이 기다릴 것 같다.

 

3:8-9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9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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