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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상천외한 교회들

  • hansewan
  • 조회 : 2777
  • 2019.05.31 오후 07:02

이동식 교회에 알몸 예배까지…미국의 기상천외한 교회들


































이동식 교회에 알몸 예배까지…미국의 기상천외한 교회들

기독교인 비율 높다보니 성서 테마로 한 놀이공원까지…자동차 극장 교회·온라인 교회 등 형식도 각양각색

[일요신문] 미국은 ‘멜팅팟’, 즉 ‘용광로’라고 불릴 만큼 세계 최대의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사회다. 이와 더불어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나라이기도 하다.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만큼 이들이 믿는 종교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종교는 단연 기독교다. 현재 전체 미국인 가운데 기독교인의 비율은 70% 정도다.

이는 미국의 역사적 특징과도 맞물려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건너온 초창기 이주민들의 대다수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도망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종교적 다양성이 중시되는 나라인 만큼 기독교 내에서도 다양한 종파가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회도 개인이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이 소개한 미국에만 있는 기상천외한 교회들을 살펴봤다.

‘화이트테일 교회’ 존 목사의 자전거 뒤에 매달려있는 십자가에는 “예수께서 모든 것을 베풀어주셨고, 나는 그에게 빚졌다”라고 쓰여 있다. 미국 전역을 횡단하고 있는 그의 최종 목적지는 난잡하기로 유명한 학생 축제가 열리는 메릴랜드주 오션시티다. 그는 학생들에게 술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다. 사진출처=슈테른



갸름한 얼굴형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어깨까지 늘어뜨린 긴 갈색 머리에 샌들을 신은 남성이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자 모두들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한 번이라도 그의 손을 잡아보기 위해 다가섰다. 어떤 사람들은 함께 셀카를 찍으면서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남성은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 예수의 역할을 맡은 배우였다.

그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이곳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홀리랜드 체험 파크’다. 매년 수백만 명의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방문하고 있는 성서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인 것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이곳은 디즈니랜드 못지 않은 의미있는 장소다. 성스러운 땅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는 역사 속의 예루살렘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거대한 예배당과 십자가의 길, 골고다 언덕도 있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동산에는 나무로 만든 노아의 방주도 있으며, ‘에스더의 만찬장’에서는 ‘골리앗 버거’, ‘예루살렘 렙’ 등으로 식사할 수 있다. 가격은 9달러 99센트(약 1만 원)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펼쳐지는 뮤지컬 공연이다. 예수의 고난을 테마로 한 이 쇼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후 부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쇼를 본 관객들은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신앙심을 견고히 다지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놀랍게도 ‘홀리랜드 체험 파크’에서 기적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청각장애인이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거나, 암환자의 암덩어리가 기적적으로 사라졌다거나, 허리 통증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등의 주장이 그렇다.

이런 기적을 행하고 있는 사람은 예수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인 40대 중반의 마이클 잡이다. 브루클린 출신의 배우인 잡은 올랜도로 이주한 이유에 대해 “과거 내가 직접 예수님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을 때 교회를 개조해서 만든 브로드웨이의 오래된 극장에서 예수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때 받은 감동으로 자신의 인생을 몽땅 하느님에게 바쳤다고 말하는 그는 그렇게 예수 역할을 하는 것을 인생의 과업으로 삼게 됐다. 자신을 설교사라고 칭하고 있는 그는 “나는 하나의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나게 해주기 위해 온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홀리랜드 체험 파크’는 놀이공원이자 종교 장소이며, 또한 상업주의가 뒤섞인 다분히 미국적인 곳이다. 18년 전 마빈 로젠탈이라는 독실한 기독교인이 건설했으며,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교 방송국인 캘리포니아의 ‘트리니티 방송’이 소유하고 있다.



호주 출신의 켄 햄이 목재로 건설한 켄터키에 있는 방주. 햄은 우주가 6000년 전 6일 동안 창조되었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진출처=슈테른

이곳이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미국인들의 80%가 종교를 갖고 있으며, 특히 이 가운데 70%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의 모든 달러 지폐에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의 신앙심은 깊다.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이자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땅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는 초기 이주민들의 종교관과도 연관이 있다고 ‘슈테른’은 말했다. 과거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은 주님의 찬양을 받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향을 개척해나갔으며, 이에 1791년 인권선언문에도 또렷하게 종교적 자유를 명시해 놓았다. 요컨대 무슨 일이 있어도 종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제약을 받아선 안 되며, 국가는 개인의 종교에는 일절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이 믿고 싶은 종교를 믿는다. 심지어 거대한 ‘종교 슈퍼마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가령 기독교 외에도 침례교, 루터교, 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메노나이트, 아미시(현대문명과 단절한 채 생활하는 기독교의 일파),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자유교회, 뉴에이지 구루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또한 살면서 개종을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슈테른’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두 명 가운데 한 명가량은 생전에 적어도 한 번은 개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런 파커(책상 옆에 앉아있는 남자)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화이트테일 교회’ 최초의 알몸 목사다. 동료인 존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 교회에는 60명의 신도들이 있다. 사진출처=슈테른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는 크건 작건 누구나 자신의 교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크기도, 형식도, 장소도 모두 자유다. 이 가운데는 다소 충격적인 교회도 있다. 일례로 버지니아주 아이버의 화이트테일 리조트에 있는 ‘알몸 교회’는 목사와 신도들이 모두 알몸인 채로 예배를 드리는 독특한 교회다.

60명의 신도들은 모두 사우샘프턴 카운티의 숲 속에 있는 가족친화적인 나체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로, 이들은 여가 시간에 수영을 할 때나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알몸이요, 일요일에 교회를 갈 때도 알몸으로 간다. 물론 기도도 알몸인 채로 드린다.

주민들이 직접 세운 이 교회의 이름은 ‘화이트테일 교회’다. 이곳에서 알몸 설교를 하고 있는 목사인 앨런 파커는 “하나님이 우리를 이렇게 창조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로 알몸 예배에 설득력을 더했다. 그러면서 또한 파커 목사는 “탄생의 순간에 예수는 알몸이었다.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부활했을 때는 입고 있던 옷을 무덤에 벗어놓고 오셨다”고 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 역시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모두 벌거벗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 작은 예배당은 픽업트럭에 실려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다. 예배당은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됐으며, 종탑은 분리해서 이동 가능하며, 결혼식장에 도착한 후에는 다시 펼쳐서 사용한다. 사진출처=슈테른



그런가 하면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침례교 목사인 빌 말본은 은퇴 후에 자신의 교회를 건설한 후 종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가 세운 교회를 보면 특이한 구석이 많다. 우선 크기가 그렇다. 픽업 트럭에 올라갈 정도로 자그마한 데다 어디든 옮겨다닐 수 있는 이동식 형태다. 또한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미 전역 어디든 달려가서 임대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 임대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조촐하게 교회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하는 커플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물론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붙였다 떼었다 하는 종탑도 있으며, 아치형 창문도 있고, 전면에는 작지만 베란다도 있다. 또한 안에는 하객들을 위한 20개의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그야말로 스몰웨딩에 제격인 셈이다.

플로리다주 북동쪽에 위치한 ‘데이토나 비치 드라이브인 교회’ 역시 특색 있긴 마찬가지다. A1A 고속도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이 교회는 이름 그대로 ‘자동차 교회’다. 요컨대 자동차 안에 앉아 예배를 보는 식인 것이다.

일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고속도로에는 예배에 참석하려는 신도들의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에게는 포도주가 담긴 플라스틱잔과 미니 사이즈의 빵 한 조각이 제공된다. 성체식 때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자동차를 잔디밭에 줄맞춰 주차한 신도들은 전면 발코니에 서있는 로버트 켐프-베어드 목사의 설교를 자동차 라디오를 통해 듣는다. 베어드 목사는 짙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헤드셋을 낀 채 설교를 하고, 차 안에 앉아있는 신도들은 기도문을 외우고 찬송가를 부른다. 설교 가운데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박수를 치는 대신 자동차 경적을 울린다.

로버트 켐프-베어드 목사가 일요일 아침 데이토나비치에 있는 ‘드라이브인 교회’의 발코니에서 헤드셋을 끼고 설교하고 있다. 자동차 안에 앉아있는 신도들은 자동차의 라디오 주파수를 88.5에 맞추고 설교를 듣는다. 설교에 감동을 받으면 신도들은 박수를 치는 대신 경적을 울린다. 사진출처=슈테른



과거 자동차 극장이었던 이곳이 예배당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65년 전부터였다. 처음 이곳에 교회를 세운 본래 취지는 다른 데 있었다.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예배를 볼 수 있도록 마련한 장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지역 주민들과 스노버드(미 북부에서 추위를 피해 몇 달간 플로리다에서 겨울을 나는 노인들)가 더 많이 찾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고, 지금은 오히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신도들이 꼽는 이 교회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복장에 제약이 없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가령 조리 샌들을 신고 오든, 수영복을 입고 오든, 애완동물을 대동하고 오든, 어린 아이와 동행하든 아무도 상관하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하나. 모두들 자동차 안에 앉아 홀로 예배를 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슈테른’은 “미국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교회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요일마다 최대 1만 명이 찾아오는 초대형 교회가 있는가 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 온라인 교회도 있다. 혹은 가상세계에서 기도를 드리는 교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술집 안에 들어가 있는 교회도 있는데 이 교회의 신도들은 맥주와 나초를 먹으면서 설교를 듣는다.

헤비메탈 교회도 있다. 오하이오주 워렌의 ‘헤븐스 엣지 메탈 교회’의 짐 키퍼 목사는 검정색 진과 검정색 가죽조끼를 입고 검정색 야구모자를 쓴 채 설교를 한다. 손가락에는 번쩍이는 해골 모양의 은반지를 끼고 있다. 이 교회의 신도들은 모두 로커들이이며, 그 역시 로커인 키퍼 목사는 예수와 자신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당시에는 예수도 결국은 반항아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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