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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노촌교회 '이불 목회'

  • hansewan
  • 조회 : 1807
  • 2017.03.11 오전 11:46

마루에 요·이불 깔고 주일예배 “노인 성도 건강 먼저 챙겨야죠”

전북 진안 노촌교회 ‘이불 목회’



▲신용발 전북 진안군 노촌교회 목사(앞줄 가운데)가 12일 이불을 덮고 주일예배를 드린 성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노촌교회 제공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이름 지어진 전북 진안군 진안읍 마이산. 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굽잇길을 지나면 신용발(71) 목사가 생의 절반을 보낸 노촌교회 예배당이 있습니다. 노촌리에서 태어난 신 목사는 “노촌교회 목회자로 살아온 지난 36년은 조상신의 그림자에 눌려 있던 마을을 영의 이불로 덮어 준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주일 아침 예배당의 모습은 신 목사의 ‘이불 목회’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강대상 앞에 마주하고 있어야 할 장의자는 한참을 뒷걸음질 친 채 널찍한 공간을 난로에게 양보합니다. 난로 앞에는 요와 이불이 깔려 있습니다. 굽은 허리에 뒷짐을 진 채 예배당에 들어선 성도들은 조용히 이불을 덮고 앉아 낡은 성경책을 폅니다. 한겨울, 따뜻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앉은 가족사진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신 목사는 말씀을 전합니다.

“마을 어르신들 대부분이 80대 후반이세요. 90대를 넘긴 어르신도 몇 분 계시고요. 장의자에 앉아 예배를 드릴 때 난로가 채 데우지 못한 찬 공기가 성도님들 건강을 해치면 어쩌나 걱정하던 차에 ‘이불을 덮어드리자’는 생각이 떠올라 무릎을 탁 쳤지요.”

칠순을 넘긴 신 목사지만 노촌리 원노마을에선 청년이나 다름없습니다. 주일마다 주행거리 20만㎞를 훌쩍 넘은 승합차를 몰고 형님 누님 같은 어르신 성도들의 집까지 찾아가서 손수 부축해 예배당으로 모십니다.

매주 토요일은 신 목사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행복 전도사로 변신하는 날입니다.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노인행복학교는 어르신들에게 삶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입니다. 건강체조, 노래 부르기, 퀴즈 맞히기 등으로 눈과 귀, 몸까지 즐겁게 해 드리는 신 목사가 있어 마을회관은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 뒤엔 고난과 역경이 숨어 있습니다. 신 목사는 신씨 일가의 집성촌이었던 노촌리에서 장손으로 태어나 유교문화 속에서 다달이 조상님께 제사 드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21세 때 농촌운동을 확산하고 싶어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신앙을 갖게 되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변했습니다.

“당장 장손이 제사 때 절을 안 한다고 하니 난리가 났지요. 집안 어르신들이 서당에 모여 ‘집안 말아먹을 놈이니 때려 죽여야 한다’고까지 하실 정도였습니다. 35년 전 노촌교회를 세울 때도 원래 마을 안쪽에 예배당을 세우려 했는데 조상신을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마을 근처에 사뒀던 밭에 간신히 사역지를 마련했어요.”

마을에 신 목사를 통해 처음 뿌려진 복음의 씨앗은 목사 선교사 전도사 등 20명이 넘는 신앙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부족한 종을 먼저 불러주심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아직 주님을 영접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마이산 봉우리처럼 하나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우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생을 살아가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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