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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길 사랑방 모임 낭독시 2편


단풍

 

                                          안 치호

 

떡잎부터 빛으로

모은 방

시간이 쌓인 잎자루는

영롱한 불꽃인데

어둠과 찬이슬 삭혀온

너의 기나긴 여정

잎파랑이 따라 땀땀이 수놓은

형형색색의 미소

천둥소리 내려앉은 잎 가득

온 유월 햇살 받고

먼 산가 뿌옇게 비 서린

먹구름타래 받아

활 활, 맨 살갗 태워 빚은

너의 꿈꾸던 색채

 

찬연한 갈망의 무늬.

<호서2006. 겨울호/신작특집>

 

 

秋日抒情

 

                                        안 치 호

 

한아름 이별을 안고 가다가

낱알들이 떨어져 내린

그날의 얼룩진 기억 속에서

한 덩이의 슬픔을 헤치면

그 가을의 시간들이 낙엽으로 쏟아져 내린다

그리움은 가지마다 단풍져 걸리고

어스름 석양의 숲길에는 아직

외로운 울새 한 마리

황혼을 쪼고 있네

 

悔悟의 바람이 일면

깃을 치며 떠오르는 기억들이여

은총의 이 계절 앞에서

지금 나는

기도로 눈을 감는다.




 안치호

2023-11-22 16:15

<단풍>은 오래전에 발표한 시고, <추일서정>은 어느 문학지에도 발표되지 않은 따끈한 시입니다.
오직 교우님께 드리는 시라고 하면 과한가요?

 노두영

2023-11-25 07:29

어렴풋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거 같습니다.
문의면 어느골짜기 가든"정원"에서 원작(原作)시인의 낭송으로 첫 선을 보인 "추일서정"
많은분들께 기억되는 시 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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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길 사랑방 모임 낭독시 2편
  • 2023-11-22
  • 안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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